카뮈는 왜 자살하지 않을까
카뮈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는 단 한 번도 "삶은 쉽다"고 말한 적이 없다. 오히려 세상은 본질적으로 불합리하며, 인간은 언젠가 반드시 죽는다는 사실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러니 그에게 존재는 축복이라기보다 일종의 선고에 가까웠다. 하지만 카뮈는 이 선고에 무릎을 꿇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그렇다면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붙들었다.
카뮈에게 자살은 부조리를 알았다는 이유로 삶을 포기하는 선택이었다. 그는 이 포기를 끝까지 거부했다. 대신 그는 반항을 선택했다. 해결되지 않는 모순을 인정하되,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계속 살아내는 것. 지금 여기에 있는 몸과 시간, 감정과 능력을 전부 소모해가며 사는 것. 카뮈가 말한 '반항'은 거창한 혁명이 아니라, 오늘 하루를 포기하지 않는 끈기이자 태도였다.
그런 점에서 카뮈는 말보다 행동으로 설명한 사람에 가깝다. 그는 살아 있는 동안 놀고, 일하고, 사랑하고, 연대했다. 글을 쓰면서도 삶을 손에 흙 묻히듯 부딪혀 보았다. 그 모든 과정이 "나는 아직 기권하지 않았다"라는 선언처럼 보인다.
⸻
카뮈의 출발이 특별해서 이런 태도가 가능했던 것도 아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상처를 안고 시작했다. 북아프리카의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글을 읽을 줄 모르는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아버지는 그가 돌이 되기도 전에 전쟁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어린 시절은 성공이나 특권과는 아무 인연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이 거친 환경을 인생의 전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자 붙들었고, 책을 읽고 글을 썼다. 병과 싸우며 살아갔고, 시대의 정치적 소용돌이에도 휘말렸다. 삶이 그에게 부드러운 얼굴을 보여준 적은 많지 않았지만, 그는 그 모든 부조리를 확인한 뒤에도 "그러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지?"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다.
카뮈가 자살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쩌면 단순하다. 삶이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안 뒤에도, 그는 "그렇다면 여기서 끝낼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되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