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세상이 가상현실이 아닌 거의 확실한 이유

2024-04-15by minkyu3분 읽기

이 논문은 제목 그대로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시뮬레이션 가설"―즉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세계가 초월적 존재나 고도 문명이 만든 가상현실일 수 있다는 가설―을 비판하고, 그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거의 없음을 논증하려는 시도다. 철학자 닉 보스트롬이 제시한 "시뮬레이션 논증"은 잘 알려져 있는데, 그는 세 가지 명제를 내놓았다. (1) 인류 같은 문명은 기술적으로 매우 발전하지 못해 멸망할 것이다. (2) 문명이 발전하더라도 과거 인류의 삶을 재현하는 시뮬레이션을 실행하지 않을 것이다. (3) 만약 수많은 시뮬레이션이 실행된다면, 지금의 우리가 실제 세계보다 시뮬레이션 안에 살고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보스트롬은 이 셋 중 최소 하나는 참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마지막 가능성을 곱씹으며 "우리가 시뮬레이션 속 존재일 수 있다"는 발상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왔다.

저자는 이 논문에서 바로 그 직관에 반대한다. 그는 우리가 시뮬레이션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얼핏 매혹적이지만, 철저히 따져 보면 성립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시뮬레이션 논증이 확률적 추론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점이다. 우리가 진짜 세계에 속해 있는지, 혹은 인공적으로 재현된 세계에 속해 있는지를 단순히 "숫자가 많을 것 같다"는 추정만으로 말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실제로 '완전한 시뮬레이션'을 구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호하다. 물리 법칙, 의식, 자유의지 같은 것까지 그대로 재현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면, 시뮬레이션의 개념 자체가 불분명해진다.

또 다른 논지는 시뮬레이션 가설이 검증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과학적 가설이라면 어떤 식으로든 반증이나 확인이 가능해야 하는데, "모든 게 가상현실일 수 있다"는 말은 결국 모든 증거를 집어삼키기 때문에 검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철학적 흥미는 가질 수 있어도, 우리가 실제로 받아들여야 할 설명으로는 부적절하다. 오히려 지금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세계를 "실재"로 전제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라는 것이 논문의 결론이다.

읽는 입장에서 이 논문은 단순히 "시뮬레이션 가설은 틀렸다"는 선언이 아니라, 우리가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기준으로 믿음을 정당화할 수 있는지를 다시 묻는 글로 다가온다. 겉으로는 최첨단 가설 같지만, 결국 고대 회의주의와도 닮아 있는 질문―"우리가 지금 보는 세계가 진짜일까?"―에 대한 현대적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그 대답을 신중하게 내리면서, 철학이 흥미로운 상상과 더불어 냉정한 판단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