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투쟁

2023-10-15by minkyu4분 읽기

히틀러의 "나의 투쟁"은 한 개인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이자, 동시에 정치 선언문 같은 성격을 가진다. 전체는 두 권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주로 그의 삶의 경험과 세계관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를, 두 번째는 구체적인 정치 이념과 독일 사회의 방향을 어떻게 규정해야 한다는지를 다룬다.

앞부분에서 그는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와의 갈등, 학교에 적응하지 못한 경험, 그리고 일찍 어머니를 잃은 기억이 짧게나마 등장한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교사들의 권위적 태도에 불만을 가졌고, 규율을 따르기보다 자기 고집을 내세우는 성향을 보였다. 미술가가 되고 싶었지만 빈의 미술학교 입시에 연속으로 떨어지면서 인생의 방향이 흔들렸다. 그 시기의 빈은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뒤섞인 도시였는데, 히틀러는 거기서 유대인 사회와 부딪히며 점차 반유대주의적 감정을 키워간다. 물론 그 감정이 개인적인 실패와 좌절을 해소하는 방식이었음을 내용 속에서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빈에서 방황하던 시절을 굉장히 고통스럽게 묘사한다. 빈민가를 떠돌며 생계조차 유지하기 힘들었던 기억은 그에게 사회에 대한 분노를 심어주었다. 정치적 무능, 언론의 혼란, 그리고 자신이 느낀 배척의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로 굳어졌다. 여기서 이미 "나의 투쟁"의 색깔이 드러난다. 자기 개인의 상처와 사회의 불안이 엮이면서, 그가 나중에 내세울 정치적 적대의 기반이 형성된 것이다.

이후 전쟁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고, 그 경험을 인생에서 가장 의미 있는 시기로 그린다. 전쟁 중에 그는 소속감과 사명감을 강하게 느꼈고, 독일의 패배는 개인적으로 엄청난 충격이었다. 전쟁 패배 후 독일이 혼란에 빠지고, 경제 위기가 닥치고, 정치적 권위가 무너지는 것을 그는 분노와 좌절로 기록한다. 그때부터 그는 단순히 군인이나 예술가가 아닌, 정치적 존재로서 자기 자신을 자리매김하기 시작한다.

중반 이후 내용은 점점 정치적 신념으로 옮겨간다. 그는 민주주의 제도를 강하게 비판한다. 다수의 의사에 의해 정치가 결정되는 방식은 무질서와 혼란을 낳을 뿐이며, 강력한 지도자 한 사람이 민족을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사회주의와 마르크스주의를 독일 사회의 적으로 규정하며, 그것이 유대인과 연결되어 있다고 반복한다. 이 논리 자체는 사실상 음모론에 가깝지만, 그는 이를 매우 단호하게, 체계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그가 강조하는 중심 사상은 민족주의와 인종주의의 결합이다. 그는 독일 민족을 우월한 집단으로 보고, 그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타 민족과 유대인을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유대인을 모든 사회 문제의 원인으로 몰아붙이면서, 독일이 다시 강해지기 위해서는 유대인의 영향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금 읽으면 비과학적이고 근거 없는 주장들이지만, 당시 전쟁 패배와 불황에 시달리던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분명한 해답처럼 보였을 것이다.

후반부에는 구체적인 실천 전략이 나온다. 그는 군중을 어떻게 조직할지, 정치 집회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대중 연설은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지에 대해 꽤 상세하게 서술한다. 군중은 복잡한 설명보다 단순하고 강렬한 메시지에 더 잘 반응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메시지는 반복될수록 효과가 크다고 했다. 지도자는 군중과 일정한 거리를 두되, 동시에 그들의 열망을 대변하는 모습으로 서야 한다고도 했다. 이 대목은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나중에 실제로 나치당이 집회와 선전을 조직하는 매뉴얼로 활용된 것처럼 읽힌다.

또한 그는 언론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길게 쓴다. 신문과 출판물이 사람들의 생각을 형성하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강조하면서, 이를 장악하는 것이 정치적 성공의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오늘날까지도 이어지는 '선전과 언론 통제'의 위험성을 예견하게 하는 부분이다.

마지막에는 독일의 미래 비전에 대해 말한다. 그는 독일이 다시 강해지려면 정치적 단결과 민족적 자부심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국가와 지도자가 국민을 강하게 이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주의적 제도는 무너뜨려야 하고, 그 자리에 권위적인 체제를 세워야 한다는 게 그의 결론이었다.

전체를 읽고 나면, "나의 투쟁"은 단순히 증오의 기록이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 좌절, 시대적 불안, 민족주의적 열망, 그리고 구체적인 정치 전략이 결합된 방대한 텍스트다. 그래서 읽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만 동시에 왜 이런 생각이 많은 이들을 설득했는지를 이해할 단서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