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2022-12-10by minkyu3분 읽기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은 제목 때문에 처음에는 단순히 연애를 잘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서 같은 느낌일 줄 알았다. 그런데 막상 내용을 따라가다 보니,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나 우연히 찾아오는 어떤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술'로 본다. 기술이라면 연습과 노력, 그리고 어떤 태도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실상 사랑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실천해야 하는지를 철학적으로 탐구한 글이다.

프롬은 먼저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이 사랑을 오해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은 사랑을 '받는 것'으로만 생각하고, 좋은 대상을 만나기만 하면 사랑이 저절로 유지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는 사랑이란 주는 것이고, 능동적인 활동이라고 강조한다. 사랑을 받기만 원하는 태도는 결국 의존이나 거래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나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꽤 뜨끔했는데, 사랑을 나도 모르게 일종의 보상처럼 생각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사랑을 여러 가지 형태로 구분해 설명한다. 부모와 자식 사이의 사랑, 형제애적 사랑, 낭만적 사랑,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 신에 대한 사랑 같은 것들이다. 각각의 형태는 다르지만 공통된 성질이 있다. 사랑은 단순한 감정의 폭발이 아니라, 관심, 존중, 책임, 지식이 함께 들어간 태도라는 점이다. 상대를 진심으로 안다는 것은 단순히 겉모습을 아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내면과 고통까지 이해하려는 노력을 뜻한다.

내용의 중반부에서 그는 특히 현대 자본주의 사회가 사랑을 왜곡한다고 본다. 사람들은 소비하듯 사랑을 한다는 것이다. 즉, 매력적인 상대를 찾고, 조건을 따지고, 교환 가치로서 상대를 평가한다. 이런 식의 사랑은 결국 시장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고 비판한다. 이 대목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게 느껴졌다.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많은 관계들이 사실은 조건과 교환 위에 놓여 있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프롬은 또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의 중요성도 강조한다. 흔히 자기애와 자기 사랑을 혼동하지만, 그는 건강한 자기 사랑 없이는 타인을 진정으로 사랑할 수 없다고 본다.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책임지는 태도가 있어야만,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은 간단하지만 핵심적인 메시지였다. 자기 자신을 부정하면서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결국 의존이나 집착으로 흐르기 쉽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책의 마지막은 사랑을 기술로서 어떻게 익혀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사랑을 단순히 감정으로 여기지 말고, 규율, 집중, 인내, 그리고 겸손 같은 태도를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마치 예술을 배우는 것과 비슷하게, 꾸준한 수련과 자기 성찰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사랑이 쉽고 자연스럽게 흘러들어오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의식적인 노력의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는 대목이 인상 깊었다.